세이프파워볼

“제 39화
2권
점입가경으로 돌아가는 사태에 정신이 멍해진다.
자신의 신계를 이어받을 직계인데 단지 공석이라고 아들을 죽이려 한 나를 주고 교육을 위해 주신살의 창에 봉인된 상태로 내버려 둔다는 소리이다.
‘정말 말 된다. 이놈들 정말 곱게 미쳤다. 협상만 잘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 꼴로 내버려 둔다고?’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따지고 싶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말 어딘가 단단히 꼬여있거나 미쳐있는데 꼭 집어낼 수 없어 결국 이렇게 끌려 다니고 있다.
“”하지만 자네라면 가능할 것일세. 출근은 인수인계 기간을 잡고 1주일 후로 하지. 중간계 정리는 잘하고 출근준비 잘 하게나. 앞으로 잘해보세. 자네라면 노력만 조금하면 신계 주신도 금방일 게야.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여.””
‘카르마의 계약서’가 빛을 발하면서 완전 사라지고 상황종료를 알렸다.
떨어지는 별을 멈추어 놓은 상태에서 다시 원래 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바빌로니아의 탑은 무너지지 않고 하늘에 있도다.’가 해제가 되었고 주신살의 창의 결계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지?’
눈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다.
70년간 준비한 모든 패를 다 보여주고 얻은 것이 결국 실속 없는 최상급의 신 지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절로 허탈한 웃음만이 나온다.

“”이 고생을 하고 EOS파워볼 얻은 것이 겨우 엘프와 전쟁의 신의 자리에다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라는 수식어뿐이라고? 허허허허헛-!””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라는 웃기지도 않은 호칭을 얻었다.
고귀하다는 표현은 신계에 정식으로 편입되면 당연히 붙는다.
처음 막 신이 되었을 때면 정말 기뻐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절대 아니다.
신계에 들어가는 대가로 1백년간 수없이 싸운 원수였던 하이엘프 10억과 다른 수많은 엘프를 돌보아야 하고, 전임 전쟁의 신을 죽였는데 임무도 이어받아야 했다.
‘다 죽인다고 협박을 하고 실제 하기 직전까지 했지? 참 말 잘 듣겠다.’ 정말 실속 없고 가시밭의 길이다.
마신이 이 꼴을 로투스바카라 보면 한참을 비웃을 것이다.
흑마법사의 종주로서 악영향이던 카르마의 지속적인 하락이 사라지고 ‘극선’에 이른 카르마를 얻어 앞으로 인생이 잘 풀릴 것이다.
하지만 그랑조아도 ‘극선’인 최상급 신인데 단 1번의 실수에 적에게 인질로 넘겨졌다.
그런 이해 못할 신계에 최고위 신의 직위로 1주일 후에 출근을 하란다.
중간계 정리 잘 하라고 지시를 받고 열심히 하면 주신이 될 거라고 격려까지 받았다.
돌이킬 수도 로투스홀짝 없는 게 이미 카르마의 계약서가 작성 완료되었다.
계약을 파기하고 인질인 그랑조아를 내가 소멸시키면 끔찍한 결과가 덮칠 것이다.
마신이 주신에 대해 말할 때 잘 들을 것을 그랬다.
‘만약 그 놈하고 싸울 것이면 절대 말을 시키면 안 돼. 어떻게든 빨리 끝장을 내-! 그 놈은 잔머리와 주둥이로 신계 주신자리를 하는 놈이라고-!’
원한에 찬 모함이라 생각했는데 그 평가가 약과였다.

주신은 생각할 시간도 주면 안 되는 최고의 사기꾼이었다.
“”설마 주신이 그럴 리가 했는데 정말이었다. 으득-! “”
지금 내가 무슨 오픈홀덤 짓을 당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안갈 정도이니 억울하고 분한 것이다.
“”두고 보자-! 내가 당하기만 할 줄 아느냐? 다음에는 내가 이긴다.””
정말 슬프게도 어딘가의 3류 악당이 된 기분이다.
머릿속에서 방금한 계약을 다시 확인하니 힘이 쫙 빠진다.
‘주신과의 계약결과’ 세이프게임

그랑조아를 인질로 넘길 것

거의 만장일치로 가결되며 그랑조아는 신계를 위해 희생했고 나는 악당이 됨 2. 그랑조아에게 태어난 아기가 주신이 되기를 원할 경우 양도할 것.

주신은 신위전을 통해 가장 인기 있는 자가 선출되므로 양위대상이 아니라 무효 3. 나를 최상급신으로 올리고 중간계에 대한 신의 행사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할 것 – 원수인 엘프의 신이 되고 전쟁신의 역할까지 떠맡게 됨.
중간계 관리는 덤이다,

흑마법사들의 악행이 흑마도사에게 부과되는 것을 배제한다.

마왕과 흑마법사들을 거의 척살하여 이미 별개로 인식 중이므로 무효.

분석결과
신계는 결국 못 없애고 최고위 신의 역할을 맡기로 계약함. 원수 같은 여신은 하나 얻었지만 계약의 증거로 소멸도 못 시킴.
카르마는 ‘극선’이나 최고위 신의 카르마는 단 1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기에 최선을 다해야 함.
아무리 보아도 노예계약서에 자의로 서명한 것 같다.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신계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주신전에서 그랑조아는 이미 계약을 위해 출발했고 원탁의 최고위 신이 9명 남아있었다.
다른 최상급 신들은 주신살의 창의 결계가 풀리자 황급히 자기 신전과 신도들을 점검하러 분주히 떠나서 아무도 없었다.
아니 원탁에 가까이 있다가 혹시라도 벼락이 떨어질까 봐서 도망친 것이다.
주신은 흑마도사와의 계약한 카르마의 계약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하게 말했다.
“”정말 욕심이 없고 정직하지 않은가? 신계의 절반을 달라고 해도 줘야 하는 상황에서 단지 화해할 명분만을 취하다니 주신으로서 이런 관용적이고 겸허한 최고위 신을 영입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네.””

“”…….””
주변의 최고위 신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굳어갔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자기 혼자 감상에 흠뻑 젖어 들어가는 신계 주신이었다.
지식의 신은 이마를 오른손으로 누르고 있었고 야수신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주변의 태초의 투신들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나설 자리가 아니라 인상을 약간 쓸 뿐이었다.
‘어차피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대상이 마신에서 흑마도사로 바뀐 것뿐이다.’ 신계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된 적이 없으니 가만히 있는 거다 되뇌면서 말이다.
“”더군다나 그랑조아를 배려해서 직계를 주신의 직위를 물려받게 하겠다는 포부가 정말 감동적이더군.”” 지식의 신이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으며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는데 야수신이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렇습니다-! 아이라면 야망을 가지게 길러야 하지요. 그걸 전 신계에 보이다니 대단합니다.””
‘그건 아무리 봐도 아니거든. 그리고 누구 아이인데? 신계를 없애겠다고 덤비던 적에게 인질로 보내 놓고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야-! 그렇게 상황가리지 않고 아부만 해대니 전쟁터로 쫓아내지.’
주변의 최고위 여신들의 눈이 점점 도끼눈이 되어가자 지식의 신이 닥치라는 듯 신력을 올리며 야수신을 노려봤지만 저 주신 밖에 모르는 애완동물신은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
“”카르마가 많이 떨어져 힘든 그랑조아와 나의 불민한 자식 때문에 전쟁이 힘든 것을 알고 최상급 신의 중임을 자처하는 것을 보게.
더구나 중간계의 관리까지 맡겠다니 그때 나는 정말 감동했네.””
“”아드님이 아직 어려서 험한 전쟁터에 가기 힘들었지요. 저 정도의 힘이라면 경계는 걱정 없습니다. 허허허!””
이제 한숨만이 나온다.
여전히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서로 주고받기 바쁘다.
아까 흑마도사가 보였던 황당해하며 분노한 모습은 기억에도 없나보다.

‘곱게 미친놈들 이라고 외친 것은 기억 안 나냐? 하긴 남자의 기백이라고 생각하겠지. 나도 저 흑마도사 입장이라면 욕하겠다.’
이제 지식의 신이 참지 못하고 손톱으로 탁자를 긁고 있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는 것이 저 둘의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영겁의 세월동안 보아온 자신도 구분을 할 수가 없네.’ 주변의 최고위 여신들도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딴 세상에 가려 했다.
어차피 저 둘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할 것이다. 저 꼴이 보기 싫어서 전쟁신의 약함을 빌미로 파견을 보내는 식으로 겨우 떼어놨는데 이제 명분도 없다.
새로운 전쟁신이 경계를 맡게 되면 주신의 가슴에 또 바람만 잔뜩 집어넣어 또 황당한 무슨 짓을 벌릴 것이다.
다른 신계나 마계에서 우리 신계를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상한 신계’라 하고 간단하게 ‘개판’이라 한다.
‘곱게 미친놈들’은 그나마 나은 표현이다.
그나마 주신성이라서 신도의 수가 압도적이고 정기가 강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 망할 뻔 했다.
그래서 조금 성질이 독하지만 강단 있는 그랑조아를 주신으로 밀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카르마가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주변까지 위험할 지경이라서 그것도 끝났다.
저 정신 나간 주신이 왜 신위전을 하면 항상 과반수를 얻는지 정말 불가사의하다.
뒤에서 욕하던 최상급 여신들도 반 이상 몰래 지지를 하니 비결이라도 알고 싶을 정도다.
물론 근본이유야 다 알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여신들까지 지지하니 말이다.
“”마지막까지 카르마를 고려하고 나의 불민한 자식도 교육하겠다고 창을 꽉 쥐는데 어찌 내가 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아들이 이번에는 임자를 만난 것이야.
이 난관을 이기고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되네.””
“”반드시 왕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드님께서 훌륭한 전쟁의 신의 모습을 보일 그날이 기대되옵니다.”” ‘전쟁의 신 가지고 협박하려고 한 것으로 보였는데 그게 저렇게 해석이 되나?’
주변의 최고위 여신들이 이제 억지로 졸려고 하는 듯 고개가 앞뒤로 흔들거리자 지식의 신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누구보다 위대한 주신이시여.
많은 일이 있어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만 마쳐야 할 듯합니다.””
“”그래?
내가 바쁜 신들을 붙잡고 있었군.
수고들 하게.
난 놀란 부인을 안심시켜 주어야 하지.””
‘당신 탓이거든요? 자식이 죽어 창에 봉인되어도 한없이 긍정적인 당신 때문에 쓰러진 것이거든요. 아무리 기르기 만한 자식이고 나중에 손실 없이 복원되어도 어머니에게는 충격이거든요.’

여신들의 표정은 이미 무표정에 가까워졌고 그런 속도 모르고 야수신이 주신을 냉큼 따라나섰다.
“”놀란 속에 좋은 음료와 음식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같이 가세나.
오래만이라 정말 좋아할 거야.””
‘절대 아니거든요. 그 순한 농경의 신께서도 바람만 집어넣는다고 언젠가는 혼쭐 내준다고 벼르고 있거든요.’
쿵-! 쿵-!
주신과 야수신이 멀어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지식의 신이 자기 자리에 걸터앉아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대안은 없었소. 하이엘프 신도 10억과 1,000억에 가까운 엘프를 관리하고 전쟁신을 대신할 존재는 최상급신 중에는 없소, 자칫하면 정기 부족으로 당장 경계에서도 밀려날 수 있소.””
“”알고 있어요.””
한숨이 절로 쉬어지는 상황이다.
전쟁의 신의 능력이 모자라 경계에서 밀려날 지경이라 다른 최상급 신인 야수신을 투입하고 신력을 보급하는 자신들도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다.
부족한 신력을 보충하기 위해 막대한 부정적인 카르마를 가진 흑마도사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중간계를 송두리채 날리고 신계가 정지할 뻔 했다.
차원의 권능을 가진 주신급의 신이라고 하더니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다.
“”전투능력은 확실하니 경계를 전담시키고 신력을 보충하여 전선을 회복시키면 되오. 전화위복의 기회요.””
“”그랑조아를 색마에게 희생시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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