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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화 실망시키지 않기를
수신은 어이가 없었다.
[영혼을 보충한다고 했는데 그걸 음양합일로 이해하다니, 머리 구조가 도대체 어찌 된 것이냐!] [헤헤, 제가 잘못 알아들었군요!] [잘못 알아들어? 처음부터 그 생각뿐이었던 건 아니고?] 이 말에 엽현이 돌연 정색했다.
[어르신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저 엽현이 그 정도 인간으로 보였단 말입니까!] [흠… 짐승들도 이 상황에선 이러지 않을 텐데.] […….]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혼보충이란 한쪽이 다른 한쪽의 영혼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영혼의 융합을 뜻하는 것이지. 다만, 그 아이의 영혼이 회복하는 만큼, 네 영혼은 약해지게 된다.] [전 상관없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아직 말이 남아 있으니 끝까지 듣거라.]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경청을 시작했다.
[상호 간의 영혼이 결합되면 한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건 바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거지. 너는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있고, 그녀 또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똑똑히 알게 될 거다. 간단히 말해 서로 발가벗고 마주 보는 것처럼 서로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거지. 또 한 가지, 만약 영혼의 보충이 일어나는 순간에 그녀가 탐심을 부린다면 네 영혼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녀에게 흡수되고 만다.] […….]
[왜, 걱정 되느냐?]
[…걱정 따위는 되지 않습니다.] 씩 웃으며 대답한 엽현은 곁에 있는 도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게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어. 바로 영혼을 결합하는 거야.” “영혼…결합?”
도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곧장 영혼상태로 육신을 탈피해 도일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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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상황에 도일은 당황하고 말았다.
이때, 수신의 격노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놈아! 거긴 뭐하러 들어갔느냐!] […영혼 결합이지 않습니까? 이거 아닙니까?] 엽현이 대꾸하자 수신은 너무나도 황당했다.
[멍청한 놈! 누가 몸 안으로 들어가라더냐? 저 아이의 영혼도 육신을 빠져나올 수 있는데 네가 굳이 그 몸 안에 비집고 들어갈 이유가 있느냐?] [아… 진작 그리 말씀하시지…….]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한 네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냐? 네 머리는 어찌 이런 쪽으로만 잘 돌아간단 말이냐!] […….]
엽현은 머쓱해져서 곧바로 도일의 몸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이때의 엽현은 다소 얼굴이 상기된 상태였다. 도일의 몸 안에 있는 동안 그녀의 신체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온 엽현은 도일의 시선을 느끼고는 씩 웃어 보였다.

“방금 전은 파워볼실시간 실수였어! 하하… 자, 이번에는 제대로 해 보자! 일단 육신에서 빠져나와 봐.” “영혼 융합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어?” 도일의 물음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 말에 도일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런데도 하겠다는 거야?”
“자, 시간 없어.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진행하자고!” 도일은 생각 끝에 영혼 상태로 육신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수신의 지도 아래, 두 사람의 영혼이 천천히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는 두 사람에게 있어 다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특히 엽현의 경우 더욱 심했다.
왜냐하면 도일의 모든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혼이 결합된 실시간파워볼 상태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 심리 상태 등을 낱낱이 공유했다.
더 이상 둘 사이에 비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도일은 천천히 엽현의 영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양이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했다. 너무 많이 흡수하게 되면 엽현의 영혼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엽현 역시 도일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다. 서로의 사생활은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음만 먹으면 도일의 생각을 알아내는 건 매우 간단했지만, 엽현은 끝까지 선을 지키고자 했다.
그렇게 대략 한 시진이 지났을 때 도일이 영혼 흡수를 멈추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실시간파워볼 된 거 같아.”
이에 엽현이 확인 차 수신에게 물었다.
[어르신 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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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얼추 된 것 같구나. 넌 기분이 어떠냐?] [음… 조금 약해진 것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일정 기간 동안 수양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 도일 같은 경우는 앞으로 영혼과 관련된 보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경 강자 정도의 영혼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볼일을 마친 엽현은 자신의 육신으로 되돌아왔다.
도일 역시 몸 안으로 돌아갔다.
“지금 기분이 파워볼게임 어때?”
엽현이 묻자 도일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훨씬 좋아졌어.”
엽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편에 있는 검은 회오리로 시선을 돌렸다.
“저 봉인은 이제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길어야 한 달 정도?” “네 부친과 동생은 어디에 있어?” “그들은… 떠났어.”
순간, 도일의 안색이 엔트리파워볼 어둡게 변했다.
“혹시 연락은 가능한 거야?” 이 말에 엽현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펼쳐질 일은 전적으로 나 혼자 감당해야 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음… 나쁜 소식부터 이야기해 봐.” 도일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말을 꺼냈다.
“당시 주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어?”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주인이 이유족과 싸울 때 개입했던 세력이 있었어. 그들은 다름 아닌 영생계의 엽족이었지.” 이 말에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영생계? 그건 또 뭐야?”
“영생계는 매우 무서운 곳이야. 그곳에는 이곳에는 없는 영생지기(永生之氣)라는 게 존재해. 말 그대로, 고갈되지 않는 한 영생할 수 있는 기운이지.” “여,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정말로?” 엽현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에 의하면 그렇다고 해. 물론, 영생지기도 무궁무진한 것은 아니지만.” “…….”
“아무튼 나쁜 소식이라는 건, 주인이 바로 이 영생계 출신이고 그곳에서 축출됐다는 거야. 주인이 이유족과 겨루고 있을 당시 영생계의 엽족이라는 세력이 주인과 접촉해 왔었어. 그리고 얼마 후, 주인은 죽음을 택하고 말았지…….” 도일은 고개를 들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주인을 죽이려 할 때, 그는 반항조차 하지 않았어. 차라리 내 손에 죽는 게 낫다는 말까지 했었지.” “하지만 이유족이나 엽족이나 왜 엽신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거지? 나라면 윤회하지 못하게 확실히 끝장을 냈을 텐데.” 도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들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거지. 당시 주인은 완전히 죽은 거나 다름없었어. 하지만 윤회법칙이 천도를 어겨가면서까지 주인을 윤회의 통로로 집어넣었어. 이 부분은 이유족이나 엽족 또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거야.” “윤회법칙… 혹시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냈어?”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찮게 발견할 수 있었어. 하지만 주인과 마찬가지로 각성하지 못한 상태야.” “그게 누구지?”
엽현의 물음에 도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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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누군지 알고 싶어?”
“물론.”
도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대답했다.
“그건 바로 엽령이야.”
엽령!
순간, 엽현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날, 그녀는 주인과 함께 윤회의 통로 안으로 들어갔어. 주인이 각성할 때까지 곁에서 지켜 줄 생각이었지.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각성하지 못한 상태야.” “…….”
“이제 어쩔 셈이야? 그녀의 정체를 알았으니…….”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상관없어. 령이가 내 동생이라는 점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도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엽현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엽족이 날 찾아올까?” 도일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들은 자신들의 불행한 가정사를 뿌리 뽑으려 들 거야. 특히 주인은 영향력이 엄청났던 천재였던 만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겠지.” 엽현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아직 이유인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엽족까지… 도대체 날 어디까지 밀어붙일 셈이지? 정말이지 손을 벌리고 싶진 않은데…….” “손을 벌려?”
도일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아버지나 청아의 도움 없이 나 혼자 해결하고 싶다는 말이야.” “음… 그들은 그 두 사람을 두려워하진 않을 거야. 엽족 정도 되는 강대 세력들은 원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마련이거든. 물론 네 부친이나 여동생이 등장한다면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되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엽족에 대한 대처 방안을 반드시 생각해 둬야 해.” 엽족!
엽현은 깊게 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나는 전생이 무슨 죄를 지은 걸까? 산을 하나 넘으면 그다음엔 더 큰 산이 계속해서 나오고… 이제는 좀 지치는 것 같아…….” “…….”
엽현은 정말이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 번에 적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생긴다는 건 자기더러 살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더욱 억울한 것은 엽현 자신은 이유족이나 엽족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때, 엽현이 황급히 물었다.
“좋은 소식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소식은 이유족이 너의 대도본체를 독차지할 생각이라면 당분간은 엽족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그게… 좋은 소식이라고?”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세력이 당분간 힘을 합치지 않는다는 건 네게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는 뜻이지. 너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만 해.” “음… 이유족에서 가장 강한 게 누구지?” 도일이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표면적으로는 당연히 족장이겠지만, 이유족의 저력을 고려해볼 때 그 이상의 강자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당시 주인과 이유족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수많은 강자들이 나타났었으니까.” “음, 알겠어. 일단은 돌아가자. 지금 당장 급한 건 가짜 의경 강자들을 진짜로 바꾸는 일이니까!” 이 대화를 끝으로 엽현은 두 여인을 데리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느 이름 모를 성역.
한 남자가 빠른 속도로 어둠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다.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유족의 대장로, 사경.
이로부터 반 시진 후, 사경은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이미 전설 속에 존재하던 신허의 영역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죽은 별, 그리고 폐허가 돼 버린 옛 성뿐이었다.
사경은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폐허 한복판에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흰 소복을 입은 여인!
여인은 또 다른 여인과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머리가 온통 새하얀 여인은 바둑판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고민에 빠져 있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경은 씩 웃으며 소복의 여인을 향해 접근했다.
“듣자 하니, 그대의 검을 한 번 이상 본 사람이 없다던데… 부디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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