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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화 반칙은 아냐!
도일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동리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왜 생각을 바꾼 거지?” “하아… 어쩔 수 없었다. 주인은 이미 그와 한 몸이 된 상태였으니까. 주인이 엽현이고, 엽현이 주인이니 그를 죽이면 주인도 죽게 된다는 걸 알게 돼 버린 거지.” 동리청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족에 대해서 알고 있나?”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어떤 자들이지? 아니, 얼마나 강하지?” 이에 도일이 대답 대신 손바닥을 펼쳤다. 그녀의 손안에는 개미 한 마리가 허둥지둥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도일이 손안의 개미를 내려다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게 바로 우리 인간들을 바라보는 이유인의 시선이다. 충격적이겠지만 엄연한 사실이지.” “하지만 이유인을 봉인한 네 주인 역시 인간이었잖아?” 이에 도일이 눈을 깜빡였다.
“주인은 인간이 아닌데…….” “뭐? 사람이 아니라고?” “뭐…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순 없지. 인간의 피도 절반가량 섞여 있으니까.” “그가 사람인지 귀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 역시 그들을 제거하는 데 실패한 건가?”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결계를 쳐서 시간을 끄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그로 인해 이쪽 우주는 십만 년이란 시간을 벌었다는 건가?” 도일이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십만 년이 아니라, 십 년이다.” 십 년!
동리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십 년? 어떻게 된 거지?” “하하, 간단하다. 순리대로 살아가는 우리와 달리 이유계에서는 시간을 통제하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곳의 십만 년이 그들에게는 십 년이 될 수 있는 거지.” 이 말을 듣자 동리청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우리 쪽에는 승산이 없는 건가?” “하하, 있긴 있지. 주인이 다시 그들을 봉인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어. 이유족에서 그를 발견한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그들의 실력 또한 그때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해졌다.” “…….”
도일은 품 안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동리청에게 내밀었다.
“동리청, 너는 존중받아 마땅할 사람이다. 만약, 주인을 도와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불사제족의 미래는 탄탄대로를 걷게 될 거다. 물론, 패배한다면 잿더미로 변해버리겠지.” 말을 마친 도일은 동리청에게 책을 쥐여준 후 돌아섰다.
“그 누구와 상대한다 하더라도 우리 불사제족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다!” 동리청에 말에 도일이 씩 웃으며 돌아보았다.
“동리청, 솔직히 말하자면… 너희에게 백 년의 시간이 있다고 한들 이유인들 앞에서 불사제족은 한낱 벌레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거다.” 이 말을 끝으로 도일은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동리청은 한동안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다음으로 도일이 찾은 곳은 허무계였다.
이때, 그녀 앞에 허무심이 나타났다.
“무슨 분부라도?”
도일이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부로 너희 허무족은 자유다.” 자유!
허무심은 다소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 무슨 파워볼사이트 말이오?”
“하하, 말 그대로다. 너희는 앞으로 자유다. 다만 다시는 다른 우주를 흡수하지 말고 조용히 살아가거라!” 이 한 마디를 남기고서 도일은 돌아섰다.
“잠깐! 그럼 더 이상 엽현을 노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오?” “아, 필요 없어!”
도일은 손을 머리 위로 휘휘 저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허무심은 인상을 쓰며 생각에 잠겼다.

도일은 다시 엽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때의 엽현은 오직 영혼만 있는 상태였다.
도일은 수련에 파워볼게임사이트 정신이 팔린 엽현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하얀 광점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광점을 지나친 그녀는 어느 성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순간, 시간법칙이 도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일을 바라보는 시간법칙의 표정은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간법칙의 뒤편에는 여전히 검은 회오리가 맹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때, 여인 하나가 회오리 안에서 걸어 나왔다.
다름 아닌 파워볼실시간 운명법칙, 아명이었다.
한데 그녀의 상태가 이상했다.
이때의 아명은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고, 얼굴에는 깊은 검 자국이 나 있는 상태였다.
도일을 실시간파워볼 발견한 아명은 순식간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아명은 이미 도일이 엽현에게 행하는 모든 일을 알고 있던 터였다.
“아명, 점점 버티기 힘든가 보구나?” “흥!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하하… 넌 결국 버티지 못해.” 이 말에 아명이 살기를 드러냈다.
“개소리하지 마! 난 죽어도 지켜 낼 거니까!” “자, 자. 진정해. 오늘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니까.” 아명이 냉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널 죽여 달라는 부탁? 그거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내가 아니라 주인을 돕는 일이다.” 주인을 돕는 일!
순간, 아명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도일은 두 사람 뒤의 검은 회오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명, 이유인들이 이미 주인의 존재를 알아차렸어.” 이 말에 아명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떻게! 말도 안 돼!” “훗, 네가 그렇게 이유인들을 과소평가한 까닭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그들은 아직 주인의 봉인을 파괴할 실력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모종의 방법을 이용해 이쪽으로 넘어올 수 있지.” 이때, 아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도일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아차렸던 것이다.
“부상을 당했군. 실시간파워볼 이유인의 짓인가?” 도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묻지. 주인을 왜 배신했던 거지?” 아명의 질문에 도일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지. 일단 지금은 주인을 위해 좀 더 시간을 벌어주어야 하니까.” 아명이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갑자기 이변이 발생했다.
멀쩡하던 검은 회오리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자 아명이 차가운 눈빛을 뿜어내며 주먹을 쥐었다.
이때, 세 사람 앞에 허영 하나가 등장했다.
허영의 등장과 함께, 도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허영은 마치 투명 인간처럼 모습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이때, 허영이 바람처럼 도일 앞으로 날아왔다.
허영은 아무 말 없이 도일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딜 감히!”
순간, 도일이 인상을 쓰며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쾅-!
도일이 출수한 순간, 기이한 공간에서 수련 중이던 엽현의 머리 위 공간에서 거대한 손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다. 이 손이 움켜쥔 공간은 그대로 기이한 회오리로 변했다.
이때, 눈을 뜬 엽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시야에 귀신처럼 온몸이 투명한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유인!
말없이 엽현을 내려다보는 이유인.
엽현은 상대의 눈빛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이때, 도일이 엽현 앞에 나타났다.
도일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이유인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이때, 이유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도일이 정면으로 일권을 내질렀다.
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도일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이를 본 엽현이 곧장 검을 빼 들었다.
쉭-!
한 줄기 검광이 벼락처럼 날아갔지만, 상대는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이 순간, 엽현의 눈동자가 한껏 움츠러들었다.
본능적으로 죽음의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 앞에 나타난 도일이 황급히 손을 맞잡고 앞으로 쭉 내밀었다.
“멸(滅)!”
쾅-!
도일과 엽현 정면의 공간이 한순간에 허무로 변해 사라졌다.
엽현은 느끼지 못했지만, 공간뿐 아니라 시간 또한 사라진 상태였다.
이유인은 차가운 시선으로 도일을 응시했다. 이윽고, 그의 눈빛은 엽현에게로 향했다.
“음… 이렇게나 약할 줄이야.” 약하다!
한 마디 대사와 함께 이유인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이에, 도일이 황당해하는 엽현을 보며 말했다.
“신경 쓸 것 없어. 저 녀석은 이쪽 세상의 시간으로 따지면 백만 년도 넘게 산 괴물이니까.” “…이거 기분이 꽤나 더러운데.” “음? 왜 그러지?”
엽현이 고개를 돌려 도일을 바라보았다.
이때의 도일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을 뿐 아니라, 복부에 깊은 권인이 새겨져 있었다.
멀쩡한 척 서 있지만, 중상을 입은 게 틀림없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엽현이 도일에게 가까이 다가가서니 귀를 바짝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
순간, 도일이 눈을 크게 뜨고 엽현을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진심이야.”
잠시 후, 도일이 고심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시도는 해 보지.” 말을 마친 도일은 엽현을 데리고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어느 미지의 성역.
운백색 장포를 입은 검수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바로 이때, 검수가 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섰다.
이 순간, 도일과 엽현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엽현의 등장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날 찾아온 게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하하, 그래. 무슨 일이더냐?” “그것이… 심심해하는 형님을 위해 재미난 자들을 찾아 놓았습니다.” 이때, 검수가 도일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쉽군. 본체였더라면 더 재미있을 뻔했는데.” 이때, 엽현이 다가가 검수의 팔을 잡아끌었다.
“형님, 갑시다. 더 재미난 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 그래. 네가 그렇다니 일단 가보자꾸나!” 검수가 동의하자 세 사람은 곧장 자리에서 이동했다.
그렇게 엽현 일행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이유계로 향하는 검은 회오리 앞이었다.
“형님, 바로 여기입니다. 저 안에 재미난 것이 많이 있습니다!” 검수가 검은 회오리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곧바로 호기심을 드러냈다.
“호오… 네 말대로 재미날 것 같긴 하구나.” 엽현이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을 걸고 보장합니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그럼 일단 가서 살펴봐야겠다!” 남자는 지체 없이 검은 회오리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 엽현이 남자를 불러 세웠다.
“참, 형님! 혹시 검기 하나를 남겨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나 소장하고 싶습니다!” “검기?”
잠시 망설이던 남자가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엽현 앞에 검기 하나가 떨어졌다.
“그럼 나중에 또 보자꾸나!” 이 말을 끝으로 남자는 회오리 속으로 사라졌다.
엽현은 검기를 회오리 바로 앞에 세워 놓고는 도일을 바라보았다.
“저걸로 막고 있으면 제아무리 이유인이라도 당분간은 나올 수 없겠지?” “…….”
“표정이 왜 그래? 혹시 내가 반칙을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일이 말이 없자, 엽현이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난 형님더러 이유인과 싸워달라고 한 적 없어! 그냥 재밌는 게 많다고 했을 뿐이지! 형님이 그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놀던, 아니면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목을 날려버리던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