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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화 호랑이도 제 말하면 계옥탑 팔 층.
엽현은 지금까지 진정으로 위험한 것은 신전이 아닌 양계천의 강자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계옥탑과 계옥탑 팔 층, 그리고 구 층의 존재들이었다.
계옥탑은 아직 영지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당장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다만 문제는 이미 깨어나 있는 팔 층의 존재였다.
게다가 엽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태였다.
과연 상대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계옥탑?
만약 탑을 원했다면 이미 밖으로 나와 탑을 빼앗으려 했을 것이다.
애당초 그들이 탑 안에 갇힌 것은 각 층마다 있는 봉인과 도칙 때문.
그리고 팔층을 지키던 도칙이 없는 지금, 봉인을 부수고 밖으로 나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팔 층 존재는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 안에 머물러 있으니, 엽현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어!

방 안에서 누군가 응답하자 엽현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솔직히 말해 보십시오. 그대는 얼마든지 밖으로 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인데 왜 그곳에 계시는 겁니까? 혹시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겁니까?” “물론이다!” “그게 무엇입니까?” “바로 네가 서 있는 이 탑!” 계옥탑?
상대는 자신의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엽현이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대의 실력이라면 탑을 빼앗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요?” “물론이다. 너와 네 곁에 있는 자색 장삼의 여인을 죽이고 탑을 가져가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도 더 쉬운 일이다.” “시원시원하게 말 해 주셔서 좋군요. 그런데 왜 출수하지 않으십니까?” 팔층 존재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에휴… 네 놈 오픈홀덤 뒤를 봐 주고 있는 괴물들이 너무 많다. 탑을 뺏는 것은 쉬우나 그 뒤에 있을 보복이 두렵구나.” “…….”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누가 너를 죽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다음 내가 그를 죽이고 탑을 탈취하는 것이지. 이렇게 되면 나와 너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 보복을 염려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이 사유계 멍청한 놈들 중에는 제대로 된 놈들이 없구나!” 그 말을 듣자 엽현은 모든 것이 명쾌해졌다.
차도살인(借刀殺人)!
상대는 다른 이의 손에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천녀 때문입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너 역시도 대단히 특별한 존재다. 나는 두 사람 중 어느 한쪽과도 원수가 되고 싶지 않다.” 그 말에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어디가 말입니까?” “지금은 네게 말해봐야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엽현은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어차피 원하는 대답은 들었으니까.
팔층 존재는 자신을 세이프게임 죽일 수 없다는 게 중요했다.
이 사실을 알아낸 것은 엽현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팔 층 존재가 자신의 복수를 해 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또 매우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막 돌아가려던 엽현이 문득 자리에 멈춰 섰다.
“혹시, 구 층 존재도 깨어났습니까?” “…모른다.”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자리를 떠났다.
계옥탑 밖으로 나온 엽현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탑의 꼭대기에는 검존이 여전히 검 앞에 앉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엽현은 검존이 두 검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게 되면 그의 검도 조예도 더욱 깊어지리라.
그리고 검존이 더 세이프파워볼 강해지면 그만큼 엽현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잠시 후, 엽현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계옥탑을 빠져나갔다.
이후로 엽현은 매일 같이 수련에만 몰두했다. 가끔씩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은 엽령을 만나러 갈 때가 전부였다.
바야흐로 현황대세계는 엽현 남매가 이주한 이후로 가장 평화로운 나날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모두의 관심이 파워볼사이트 사라진 검존에게만 집중된 상황에서 신전을 포함한 어떤 세력도 현황대세계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현황대세계는 이미 통일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엽왕!
현황대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엽현 앞에서는 모두 예를 갖춰 엽왕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엽현의 권위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했다.
어느 날.
엽현은 현황대세계 상공에 있는 신전의 땅을 찾았다. 물론 이는 그들의 많은 거점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날의 전투 이후로 신전의 땅은 여전히 무주공산인 상태였다.
엽현은 이곳을 파워볼게임사이트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본원자기(本源紫氣)!
신전 주변에 흐르는 본원자기는 무인에게 있어 매우 유용한 기운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도문의 대장로가 갑자기 엽현 앞에 나타났다. 엽현을 마주한 대장로는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췄다.
“엽왕.”

“아직도 이곳에 미련이 남아 있소?” “그렇소. 이곳은 우리 도문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땅이니 부디…….” 이때 엽현이 대장로의 말을 끊어냈다.
“중요하면 모두 그대들이 가져야 하는 것이오?” “…엽왕. 이 말은 사실이오. 만약 그대가 이곳을 넘겨준다면 훗날 반드시…” “훗날? 불과 얼마 전 신전과 힘겨운 싸움을 할 때 그대들은 나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았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으면서 이제와서 지분을 달라는 건 좀… 너무 몰염치한 것 아니오?” 순간 안색이 어두워진 대장로가 변명하려 할 때, 엽현이 돌연 출수했다.
쉭-!
찰나의 순간, 대장로의 양팔이 피를 뿜으며 동시에 끊어져 나갔다.
대장로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엽현이 기습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때 엽현의 시선은 대장로의 뒤를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입 아프게 이야기하지 않을 테니, 잘 들으시오. 이 공중의 땅은 나 엽현의 것이오. 다시 한번만 더 군침을 흘렸다간 내가 직접 도문을 방문할 것이니, 그때 가서 다른 소리 하지 말길 바라오.” 이때 대장로의 뒤편에서 중년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도문 문주인 강무였다.
“엽왕, 어찌…….” “돌아가시오. 더 이상 그대들과는 할 말이 없소.” 엽현의 차가운 말투에 강무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아무리 그래도 문주인 자신을 이리 푸대접할 수 있단 말인가?
강무는 한동안 엽현을 응시하다가 결국은 말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대장로 역시 음침한 표정으로 엽현을 쳐다보고는 강무를 따라 퇴장했다.
이제 장내에 남은 것은 다시 엽현 혼자뿐.
“명을 내리겠다. 도문을 감시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면 곧바로 출수하도록 한다. 보고는 나중에 해도 좋다.” “예, 엽왕.”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사라졌다.
현재 현황대세계에는 하나의 특수한 군대가 있었다. 바로 모든 거대 세력들이 연합하여 창설한 북경군이었다.
이 북경군의 존재 이유는 불시에 있을 침입에 맞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북경군은 평상시에는 단 한 사람의 명령만 듣게 되어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북경왕, 엽현이었다.
북경군은 각 세력을 대표하는 무인들인 만큼 단일 전력으로는 현황대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엽현의 명에 대답한 자 역시 그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엽현이 신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이때, 그의 앞에 또 하나의 불청객이 찾아왔다. 상대의 등장에 엽현의 눈이 순간 커다래졌다.
“교천아, 너……. 지선이 된 건가?” 엽현의 정면, 교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인가?” “그래,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막 다음에 소령이 만들 지선단을 교천아에게 줄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이미 지선경에 도달해 있던 것이다.
“생명수가 효험이 있던 건가?” “팔 할 정도 덕을 봤다. 나머지 이 할은 이 땅에서 흘러나오는 본원지기 덕분이었지. 게다가 그때 그 여인이 현황대세계에 걸려 있던 봉인을 파괴한 덕분에 미지경을 뚫는 것이 가능했다.” 청아!
엽현은 당시 단칼에 신들의 봉인을 부숴버린 청아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축하할 일이군. 다만 내 예상보다 빨라서 조금 놀랐다.” “…너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같은 경지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저 빌어먹을 신들의 노예를 자처했음에도…….” 그 말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전진할 일만 남았겠군.”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뭐지?” “계획? 하하, 당분간은 별생각 없이 지내는 게 계획이다.” 이에 교천아가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제 이 현황대세계에는 도문을 제외하면 어떠한 불안요소도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이곳은 네가 활동하기엔 너무 작아져 버렸지.” 엽현은 가만히 교천아가 하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세상은 네가 평화롭게 지내는 꼴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아마 그 탑도 이미 네 손에 돌아와 있겠지, 내 말이 틀렸나?” “너… 어떻게…….” 엽현은 교천아에게 다시 한번 탄복하고 말았다.
도대체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안 것일까?
교천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사유계의 모든 강자들이 나서 검존을 찾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지.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검존은 아직 이곳에 있을 것이다. 아니면… 네 손에 죽었거나.”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렇군. 아무튼 앞으로 더욱 조심하거라. 만약 검존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모든 화력이 순식간에 이곳으로 집중될 테니.” “그야,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래도 충고 고맙군.” 교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리고 원소도를 만만히 여기면 안 된다. 그 여인이라면 지금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서 이리로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미리 대책을 세워 놓지 않으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원소도…….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는 그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
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성공 중, 한 여인이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네 책임이야.” “…….”
엽현을 똑바로 응시한 채, 가볍게 걸음을 옮기는 여인.
그녀는 다름 아닌 원소도였다.
또 왔군!
점점 가까워지는 원소도를 바라보며 엽현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엽현은 진절머리가 났다.
눈앞의 여인이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니 무척이나 괴로웠던 것이다.
정말 왜 이렇게 질척거리는 거지?
원소도가 엽현의 심드렁한 표정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어찌, 내가 왔는데 기쁘지 않은 게냐?” “우리 둘 사이가 그 정도로 가까웠던가?” “하하하! 엽현! 아니… 오늘부터 너를 존중해주겠다. 엽왕! 우리가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이것도 모두 인연이고…….” “아, 그만, 그만!” 엽현이 손을 휘저으며 말을 끊었다.”